회사 내 수평문화, 기업에 긍정 효과? 부정 효과?

신입사원 이용기 씨는 며칠 전 첫 출근을 한 이후로 상사의 얼굴과 직급을 연결하기 위해 남몰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안경을 쓴 김 부장님, 특유의 인자한 미소가 특징인 나 차장님, 웃음소리가 특이한 박 과장님, 첫날부터 자신을 신경 써주시는 이 대리, 민 대리님까지 혹여나 실수로 직급을 달리 부르지 않기 위한 용기 사원의 진심이 엿보이는 듯합니다.

위의 이용기 사원의 사례처럼 첫 출근은 물론이고 부서가 바뀌는 경우나 이직을 할 때에도 각 인물에 맞는 직급을 불러야 하는 일은 반문의 여지가 없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풍경이 낯선 회사들도 조금씩 늘어나는 중입니다.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직급 간소화를 도입하는 이유

국내외 기업의 호칭 파괴 사례

간결해진 직급·호칭 변화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선임, 책임, 수석, 이사 ~님, ~프로, ~주니어, ~책임

무언가 변화를 꾀할 때 완전히 새롭고 대대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하지만, 처음에는 아주 작고 쉬운 행동부터 바꿔나가곤 하죠. 기업 내 호칭 파괴가 정확히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동안 고질적인 한국 기업의 문제점으로 인식되었던 경직된 조직 분위기와 그로 인한 수직적인 소통 체계, 상명하복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호칭 및 직급 혁신을 선택한 셈입니다.

한국의 대기업 중에서는 CJ그룹이 직급 간소화를 위한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이니 매우 이른 시도라고 볼 수 있는데요. 모든 직원이 서로를 부를 때 ~님으로 통일함에 따라 이재현 회장도 역시 ‘이재현님’으로 불렸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후 네이버, 한국타이어, SK텔레콤, 제일기획, 삼성전자 등 많은 기업들이 호칭 파괴, 직급 간소화 흐름에 올라타 수평적인 조직 만들기에 힘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IT기업과 스타트업에서 더욱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허례허식보다는 유연하고 실리적인 조직을 선호하는 특징이 직급과 호칭에도 반영되어 직원 간 ‘매니저’, ‘~님’ 혹은 영어 이름으로 불리는 사례도 엿보입니다.

해외 기업 호칭 혁신 사례

스타벅스: Partner(파트너, 동업자)
월마트: Associate(동료)
고어&어소시에이츠: Associate(동료)
구글: Googler, Noogler(신입사원 한정, new+googler)

호칭 혁신은 언제 그리고 누구나 자유로운 소통을 주고받으며 유기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 실시되었다는 것을 말씀드렸는데요. 이런 시도는 해외 기업에서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구글의 경우 일반적이지 않게 회사 이름을 활용하여 눈길을 끕니다. 스스로를 구글러라고 지칭하는 구글 직원들은 대외적인 활동을 할 때에도 자신을 소개할 때 해당 호칭을 사용하며 소속감과 자부심을 드러냅니다.

호칭 파괴의 긍정적 영향 vs 부정적 영향

실효성을 놓고 던지는 두 가지 시선

위아래를 나타내는 듯한 호칭에서 수평적인 호칭으로 바뀌는 작은 변화가 정말 기업 전체의 혁신을 돕는 열쇠로 작용할 수 있을까요? 직장 내 호칭 파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생각보다 꽤 많이 퍼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의 한 취업포털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호칭 파괴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했을 때 긍정적인 의견이 부정적인 의견보다 훨씬 적게 나타났던 결과만 보아도 알 수 있는데요. 이처럼 호칭 파괴에 대한 실제 직장인들의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①호칭 파괴가 조직문화 혁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첫째는 호칭을 파괴하고 직급을 간소하게 개편하는 것만으로 기업문화가 혁신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입니다. 기업문화 혁신의 일환으로 호칭 파괴를 시도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 이상의 실질적인 진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이야기인데요.

애초에 경력과 직무가 다른 직원들끼리 서로를 부르는 방법을 통일시키는 이유는 수평적인 조직으로 변모하자는 의지가 담긴 셈인데 정작 궁극적인 목표까지 이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②‘호봉제’ 기업에서 호칭 파괴는 언감생심

또 하나의 난관은 ‘호봉제’로 운영되는 기업입니다. 업무 성과에 따라 임금 상승 폭이 비교적 자유로는 연봉제와는 달리 호봉제는 근속연수 혹은 연령에 따라 호봉을 책정해 임금을 지급한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따라서 호칭 파괴와는 결이 매우 달라 직급 간소화나 통일을 위해서는 호봉제부터 고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진짜 기업 문화를 혁신시키려면

호칭 파괴, 직급 간소화는 ‘목표’가 아닌 ‘수단’

말 그대로 부르는 명칭만 자유롭고 개성적으로 바뀌는 호칭 파괴는 또 하나의 허울뿐인 변화가 반복될 뿐입니다. 서로를 부르는 방법을 바꾸는 작은 움직임이 큰 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환경을 만들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목표 의식이 전사적으로 펼쳐져야 합니다.

가령 부서 간 경계를 없애며 부상하는 이슈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성과도 빠르게 낼 수 있는 ‘애자일 조직’을 상상해보시길 바랍니다.

매번 높낮이가 다른 직급을 부르며 신속하게 의견을 주고받고 아이디어를 개진하는 모습은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그보다는 간소화된 직급으로 서로를 편하게 부르며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풍경이 훨씬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호칭 파괴나 직급 간소화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완성하지는 않지만 시작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딱딱한 위계에 따른 단점보다 장점이 크다고 판단하는 기업이라면 호칭 파괴를 ‘목표’가 아닌 조직 개선의 ‘수단’으로 사용하여 유연하고 기민한 조직으로 혁신하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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