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의 기업인을 모아놓고 ‘빚도 자산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면 저마다 다른 해석과 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창업을 시작하거나 사업을 더욱 키워나가는 시점에 온전히 현금화된 자본만으로 해결하는 경우는 흔치 않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실상 거의 모든 기업이 다소간의 부채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는 틀린 말이 아닙니다. 여기서 한 기업이 가진 부채는 단순히 일정한 금액을 외부로부터 시한을 두고 빌렸다는 사실 자체보다 더욱 큰 의미를 지닙니다.
기업 부채는 무조건 나쁘다?
적정선만 유지한다면 오히려 경쟁력 어필
단순하게만 생각하면 부채비율이 높으면 그만큼 많은 비용을 빌렸기 때문에 기업의 재정상태가 약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적정량의 부채비율을 가질 시 오히려 해당 기업이 진행하는 사업이 안정된 수익모델을 갖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반대로 부채비율이 눈에 띄게 낮다면 리스크를 적게 받도록 자본조달을 보수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초 공개한 ‘콘텐츠금융 생태계 조성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는 2018년 국내 콘텐츠 기업 중 부채비율이 10% 이하인 곳이 무려 77.8%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콘텐츠의 경우 완전한 결과물로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무형자산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보증이나 금융 지원을 받기 힘든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부채를 지고 싶어도 그만큼의 비용을 주는 곳을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국내 G건설사는 한 해 오고 가는 선수금만 5천억에 달합니다. 그중에서 30%가량은 해외 고객으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점차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그 비율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다소 요약된 정보이지만 G건설사는 무지막지한 빚을 지닌 기업이라기보다는 착한 부채를 보유한, 긍정적인 영업현금흐름을 가진 곳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선수금은 이자를 부담하지 않는 ‘무이자부부채’이며, 오히려 영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중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부채비율에도 적정선이 있다!
10%도, 500%도 아닌, 200% 이내가 양호
기업에게 부채비율이 중요한 이유는 재무제표에서 떼어 놓고 볼 수 없다는 점에 있습니다. 부채비율이 너무 낮아도, 높아도 안정적인 사업으로 인정받기 힘듭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부채비율이 터무니없이 적다면 사업 수익모델의 안정성이 낮아 자금조달이 어렵다는 인상을 줍니다. 반대로 부채비율이 500%에 가까운 기업의 재무제표를 목격했다면 부실 가능성 또한 높을 것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부채비율이 굉장히 낮은 케이스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수익모델이 부정적인 탓에 자본 확보에 어려움을 갖고 어쩔 수 없이 많은 부채를 끌어온 상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이는 곧 수익성이 계속해서 악화되고 궁극에는 기업이 도산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을 포함합니다.
부채비율은 총 부채에서 기업의 총재산인 자본을 나눴을 때의 값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기업의 부채비율은 200%를 넘지 않는 것을 건전하다고 평가합니다. 또한, 설립된 지 5년 이하인 기업은 중소기업 지원 사업에 참여할 때 대부분 ‘융자제한 부채비율 기준’에서 적용 예외가 되어 부채비율 관련한 평가에 비교적 자유로운 편입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업력을 가졌다면 매우 신중하게 다뤄야 할 사안임을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부채비율이 높아 고민인 경영자를 위한 조언
만약 현재 운영 중인 기업의 부채비율이 너무 높아 고민이라면 아래를 참고해 적절한 방법을 활용해 낮춰보는 노력을 기울여볼 것을 추천합니다.
첫 번째, 자산재평가
자산재평가는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떨어트리고 주가를 부양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는 방법입니다. 주로 연말에 보유 토지와 건물을 대상으로 자산재평가를 실행하는데요. 가령 경기도 소재의 토지와 건물을 가진 회사가 4년 전 구매했던 가격이 아닌, 현재 시장 가격 기준으로 재평가를 한 후 발생한 차익을 회계 처리함으로써 자본을 확충하고 부채비율을 낮추는 식입니다. 이때 부채와 함께 자본도 모두 증가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부채 대비 자본이 올라가는 폭이 우세하여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를 줍니다.
두 번째, 산업재산권(특허권)의 자본 활용
디자인, 상표, 특허에 대한 권리를 가진 기업은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자본화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특정 특허권을 확보한 대표이사가 가치 평가를 거쳐 현물출자를 한 후 자본금을 증자하는 순서입니다. 스타트업이라면 특허권을 적극 이용해 현물출자로 연결한다면 자금조달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 가수금 출자전환
법인 앞으로 들어온 가수금은 회계상 부채로 판단되기 때문에 이를 출자전환한다면 비교적 간단하게 부채비율을 줄이는 것이 가능합니다. 특히 가수금이 클 때에는 채무 비용에 상응하는 주식을 발행하여 채권자인 기업 운영자, 대표이사가 인수하는 출자전환 방식을 택하는 사례가 흔히 존재합니다.
한고비를 넘으면 또 다른 고비가 나타는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해 조금씩 심화된 경영악화가 부채비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속속들이 등장하는 중입니다. 살아남는 생존력이 곧 기업의 내실임을 보여주는 요즘, 적절한 부채비율 조정과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조금 더 탄탄한 기업을 꾸려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