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언제든 달려갈 수 있는 편의점, 지역 맛집의 메뉴들을 집에서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배달 주문, 생필품은 물론 냉동 및 냉장 보관이 요구되는 음식까지 총알같이 도착하는 새벽배송. 이 세 가지는 쾌적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주는 생활 속 풍경이자 반대로 많은 이들이 외국에 나가면 새삼 깨닫게 되는 한국의 편의성이기도 합니다.
통계청에서 5월 6일 발표한 ‘3월 온라인쇼핑 동향’에서도 음·식료품 및 음식 서비스, 생활용품 세 가지 항목 모두 전년 동월과 대비해 1조 3,233억원이 느는 한편, 온라인쇼핑 총 거래액만 12조 5,825억원에 달하는 규모임을 보여주었습니다.
2020년 새벽배송, 어디까지 왔을까?
오늘 주문한 식재료가 다음날 새벽 문 앞에!
그중에서도 택배로 이뤄지는 배송 서비스는 특정한 소수가 아닌, 평범한 다수의 국민이 저렴한 가격으로 누릴 수 있는 편리함이 매력입니다. 이제는 생활에 꼭 필요한 용품들을 비롯해 상시로 가정에 비축하는 음식, 경조사를 위한 선물세트, 과일과 야채, 심지어 생선회에 이르기까지 새벽배송으로 만나볼 수 있죠. 심야시간대에 주문한 물건들을 받는 ‘새벽배송’은 대개 전날 오전까지 주문을 마치면 익일 새벽 6시에서 7시 안에 문 앞에 배송이 완료됩니다.
처음에는 오프라인 매장을 갖지 않고 온라인에 주력하는 일부 유통 업체에서 진행하는 특화 서비스 성격이 짙었던 새벽배송이지만, 이제는 대형마트 브랜드도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뛰어들며 경쟁을 시작한 상태입니다.
‘새벽배송 서비스에 대해 아는 대한민국 성인 남녀 비율’
2019년 – 100명 중 7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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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 100명 중 95명
지금 이 순간에도 더욱 빠르게, 보다 많고 다양한 품목을 취급할 수 있도록 물류 시스템을 혁신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2020년의 모든 이슈를 압도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까지 더해져 원래 온라인쇼핑에 익숙하던 소비자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데에 새벽배송은 이제 필수가 된 셈입니다.
실제 업계 종합 조사를 살펴보면, 2011년에는 100억에 불과하던 국내 새벽배송 시장의 규모가 7년 후인 2018년에는 무려 4,000억원에 다다릅니다. 트렌드모니터에서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 거주 성인 남녀(만 19세 이상 59세 이하)를 대상으로 2020년 1월에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새벽배송이라는 서비스를 인지하는 이들이 1년 만에 23%가 늘어난 95.7%에 달하며 실제로 이용해본 경험 역시 2019년 53.1%에서 70%로 크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국내 새벽배송 시장은 ‘춘추전국시대’
이제는 필수가 된 사업 아이템… 물류센터 투자 열풍
채소부터 육류와 수산물을 아우르는 새벽배송 시장은 이미 굳건하게 형성되었으며 해당 서비스를 오픈하지 않은 유통 업체는 도태되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 역시 막상 인건비와 포장비로 인해 당장은 손해를 보는 새벽배송을 더욱 큰 규모로 늘리거나 새로이 오픈하는 이유는 앞서 살펴본 엄청난 시장 규모를 생각해보면 금세 납득이 갑니다.
기업들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에 ‘빨리’ 배송을 해주는 새벽배송을 넘어 ‘오프라인’에서 쉽게 구입하기 어려운 프리미엄 제품까지 하루의 말미로 ‘집 앞’에 배송해 주겠다는 고급화 전략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입니다.
바야흐로 새벽배송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한 지금, 물류 전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유통 업체는 당일 혹은 새벽배송 약속을 사수하기 위하여 2014년부터 공격적인 물류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GS샵과 쿠팡, 신세계, 홈플러스, 현대홈쇼핑, 롯데슈퍼, 위메프, 신세계 등이 물류센터와 관련해 적게는 1,000억부터 많게는 5,000억에 이르는 자금을 쏟아부었습니다.
신속하고 편리한 당일·새벽배송의 그림자
고용, 환경, 코로나19 방역까지 이슈화
소비자에게 최대의 만족을 주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매우 기쁜 소식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세계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새벽배송의 대표격으로 인정받는 한 업체의 경우 만원 이하의 주문도 배송비를 받지 않고 무료배송을 해주는 것을 두고 운송사업법 위반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으나 뚜렷한 법적인 결론을 얻지 못한 사례도 존재합니다.
뿐만 아니라 새벽배송을 위해 심야 시간대에 활동하는 물류 사원들의 고용 문제에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엄청난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수많은 인력을 뽑지만, 이들 중 대다수는 단기직이며 일부 센터에서는 업무 시간 내에 화장실을 가는 문제도 재량껏 할 수 없는 암묵적인 ‘갑질’도 실제 종사자들의 입을 통해 공개된 바 있습니다.
이 외에도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뤄지는 배송 업무의 특성상 시장 가격이 변동되는 흐름을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끔 처리하는 문제부터 과도한 포장재 사용으로 인한 환경문제까지 다양한 문제가 엿보입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쇼핑을 꺼리는 소비자들에게 새벽배송은 단비와도 같은 위상을 지니지만, 물류센터 내 인력들의 방역에 대한 불안감도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는 상황입니다.
위에 나열된 새벽배송의 어두운 면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변화를 맞이하는 물류 시스템상 피할 수 없는 부분인데요. 물류센터를 늘리는 광폭 투자 행보만큼 노사와 소비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안정적인 시스템 구축과 양질의 고용 대책 역시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