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산업구조가 변화되면서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인구는 계속 증가해왔습니다. 현재 추정 인구는 560만에서 740만 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약 30~40%를 차지합니다.
대형 항공사에서 일어난 잇단 ‘갑질’ 사건으로 인해 감정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기도 했었는데요. 그동안 ‘손님은 왕’이라는 사회적 풍토로 인해 많은 감정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제대로 대처를 할 수 없었습니다.
사례_1
부산 김해공항에서 일본 오사카로 향할 예정이었던 비행기 안에서 소란이 발생했습니다. 승객 A 씨가 여성 승무원을 주먹으로 때리고 목을 졸랐는데요. 난동을 부린 승객 A 씨는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승객 A 씨가 난동을 부린 이유는 해당 승무원이 수하물을 건네는 과정에서 자신의 손등을 긁어 화가 나 폭행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부산서 승객이 승무원 폭행 … ‘땅콩 회항’ ‘라면 상무’ 기내 난동의 역사] 한국경제 이미나 기자
사례_2
집에 가스가 새 자신의 자녀가 죽을 뻔했다며 상담원에게 닷새 동안 10시간가량 욕설을 퍼부은 남성 B. 해당 상담원은 총 217차례 걸려온 전화에 응대 중 결국 실신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해당 업체는 보상을 해주기 위해 욕설을 퍼부은 남성을 찾아갔지만 이 남성은 자녀도 없고 결혼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결국 이 B 씨는 구속되었습니다. [10시간 폭언에 실신한 전화 상담원… 환청 피해까지] YTN 김종호 기자
사례_3
한 아파트 경비원이었던 C 씨는 아파트 입주민 D 씨의 잦은 언어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아파트 주차장에서 분신을 시도했습니다. 직장 동료는 평소에도 입주민 D 씨는 경비원들을 무시하고 여러 차례 폭언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사고 1시간 전에도 D 씨가 경비원 C 씨에게 폭언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D 씨는 C 씨가 분신을 기도한 이후에도 변함없이 다른 경비원들을 대상으로 질책과 폭언을 했다고 합니다. 한편, 분신을 시도한 C 씨는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결국 이송 한 달 만에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강남 압구정동 아파트 경비원 분신자살 시도… 노조”입주민 폭언이 원인”] 경향신문 김진용 기자
사업주가 내 직원을 지켜야 한다
사업장에 있는 모든 근로자들을 사업주는 지켜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감정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들을 제대로 신경 쓰지 않는다면 각종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요.
우울증, 적응장애와 같은 정신적 건강 문제부터 극단적으로는 자살 충돌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또, 지속되는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으로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감정노동자들의 고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산업재해가 발생하여 경제적인 손실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폭언과 폭행을 당한 한 판매원은 업무상 질병으로 적응장애가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또한 적절한 건강보호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기업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이직률이 증가하고, 업무 숙련도가 낮은 직원으로 인해 실적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금전적인 손해가 아닌 사업주와 함께하는 근로자들이 마음에 큰 상처를 가진다는 것이겠죠. 모두가 즐겁게 일하고 해당 업무에 만족을 느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선 사업주의 대처가 중요합니다.
사업주가 할 수 있는 감정노동자 건강 보호 조치
경영방침으로 설정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사업주의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고객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만큼 직원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감정노동자들의 건강보호를 경영방침에 명시하고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등을 논의해야 합니다. 해당 대책을 위해 관련 예산과 프로그램을 별도로 마련하는 것도 좋습니다.
부당한 요구엔 서비스가 중단됨을 안내
비정상적이고 비합리적인 요구를 하는 고객들의 행동을 통제해야 합니다. 부당한 요구를 한다면 통제할 수 있음을 사전에 고객에게 알리도록 합니다.
1. 욕설·무리한 요구 시 직원이 먼저 전화를 종료할 수 있음을 사전에 고객에게 알림
2. 상습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고객에게 법적인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알림
3. 관할 지역 내 경찰서와 함께 감정노동 종사자를 보호하고 있음을 공지
4. 욕설·폭언·성희롱을 하는 고객에 대하여 출입제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음을 고객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게시
업무처리 재량권을 부여
비이성적인 고객을 막을 권한이 없는 담당자는 개인적인 차원의 소극적 대처밖에 할 수 없습니다. 업무 담당자에게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 재량권을 부여하여 처리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1. 노동자의 업무 중단권
욕설·폭언·성희롱 등을 사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상담업무를 종료할 수 있는 권한과 폭행을 시도하는 고객에 대해 스스로 대처하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도록 합니다.
2. 노동자의 재량권
고객의 불만사항을 신속히 처리하지 못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업무의 재량권을 확대해 줍니다.
3. 모니터링 자제
감정노동자들의 업무 수행 태도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많이 사용하는 것이 미스터리 쇼퍼, 혹은 미스터리 콜입니다. 감정노동자들의 실제 업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장점으로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시행하고 있는데요. 낮게 평가되었을 경우 받을 불이익으로 인해 그동안 많은 감정노동자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들에게도 친절을 베풀어야 했습니다.
노동자 업무 모니터링의 횟수를 줄이고 직장 환경개선의 의견을 듣는 것만으로도 감정노동자들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폭력 등 발생 시 업무 중단권 부여, 치료 지원
폭력과 폭언 등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감정노동자의 신체적 안전과 심리적 안정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 사항입니다. 만약 피해 노동자에게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휴식, 휴가, 근무장소 변경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부당한 요구임에도 불구하고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한 감정노동자의 이야기는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져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사과가 아닌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만약 고객에게 귀책사유가 있다면 해당 고객에 대한 고소, 고발, 손해배상 청구에 필요한 행정적, 절차적 지원을 해야 합니다.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잦은 퇴사를 반복합니다. 입사 6개월 만에 팀 내 서열 2위가 되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온라인에서 퍼질 정도입니다. 근로자의 잦은 퇴사는 인력 관리에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떨어지는 업무 숙련도와 회사의 방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근로자들로 대체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고객만큼 내부 직원들도 소중하다는 인식이 있어야 나와 함께하는 감정노동 종사자들의 환경을 개선할 수 있겠죠. 감정노동자들은 회사의 얼굴입니다. 고객은 이들을 통해 회사를 판단합니다. 고객과 회사가 만나는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만큼 감정노동자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만족할만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