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선언문으로 알아보는 애자일 방식
탄탄한 조직을 ‘공든 탑’으로 말한다면, 경영은 이 조직이 무너지지 않고 잘 유지되도록 이끄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탑과 조직의 가장 다른 점은 탑이 보이는 땅에서부터 쌓아올리는 물체인 한편, 조직은 매우 유기적으로 활동하는 개개인의 사람이 모여서 이룬다는 부분입니다. ‘애자일’ 방식이 경영 환경의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한 것도 이런 특징 때문입니다.
‘애자일’은 원래 일반 경영 방법론으로 떠오른 개념은 아니었습니다. 1990년대 IT기업 사이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으로 대두된 역사를 가집니다. 당시만해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여건이 훨씬 딱딱하고 규범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변화를 위해서는 조금 더 기민한 움직임이 필요했었죠.
처음에는 이런 방법론이 특정 용어로 성립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유명한 ‘애자일 선언문(Agile Manifesto)’을 통해 특정지어졌으며 한국어판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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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또 다른 사람의 개발을 도와주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의 더 나은 방법들을 찾아가고 있다.
이 작업을 통해 우리는 다음을 가치 있게 여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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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과 도구보다 개인과 상호작용을
포괄적인 문서보다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계약 협상보다 고객과의 협력을
계획을 따르기보다 변화에 대응하기를
가치 있게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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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왼쪽에 있는 것들도 가치가 있지만,
우리는 오른쪽에 있는 것들에 더 높은 가치를 둔다는 것이다.
Kent Beck, Mike Beedle, Arie van Bennekum, Alistair Cockburn, Ward Cunningham, Martin Fowler, James Grenning, Jim Highsmith, Andrew Hunt, Ron Jeffries, Jon Kern, Brian Marick, Robert C. Martin Steve Mellor, Ken Schwaber, Jeff Sutherland, Dave Thomas
© 2001, 상기 저자들 이 선언문은 어떤 형태로든 자유로이 복사할 수 있지만, 본 고지와 함께 전문으로서만 가능하다.
애자일 방식이 중요시하는 사항은 ‘완전함’에 대한 집착이나 정공법에 기인한 매뉴얼화보다는 민첩하게 변화에 대응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지향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과거에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던 정형화된 부분들을 극단적으로 무시하자는 방향은 아니며 어디에 무게를 두는가에 방점을 둡니다.
2020년, 여전히 애자일이 통하는 이유
1990년부터 통용된 애자일 방식이 2020년에 이르기까지 유효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많은 이들이 IT 개발자에 한정적이지 않고 경영 전체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존의 것과 매뉴얼화된 방식은 급변하는 외부 상황에 매번 정답을 제시할 수 없죠. 더군다나 혁신이 가파르게 진행되는 4차산업혁명과 코로나19와 같은 돌발적인 감염병으로 인한 충격파는 일종의 평균치를 집약한 방법론은 무용지물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애자일의 원래 단어 뜻인 ‘날렵한, 재빠른’ 자세가 요구되는 시기는 먼 미래가 아닌,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하는 2020년의 지금입니다.
애자일 조직을 도입하는 국내외 기업들
애자일 방식은 국내외 조직과 경영 관리에서 중요한 방법론으로 통용되는 중입니다. 해외 대표적인 사례로는 다니엘 에크가 2008년 스웨덴에서 창업한 ‘스포티파이(Spotify)’가 있죠.
음원 스트리밍 사업을 하는 이 기업은 업무 담당자들이 어떤 프로젝트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토론을 통해 결정합니다. 이 과정을 거쳐 업무 내용에 따라 약 100명 정도의 인원이 모이고, 그 안에서 기술 교류 모임을 진행하고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마치 러시아 전통 인형인 마트료시카처럼 프로젝트당 대-중-소로 나뉜 직원들이 업무 스케일에 맞게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셈입니다.
국내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프로젝트 팀 단위로 근무하는 애자일 조직 문화를 도입한 결과 ’SKinnoMan’ 시리즈와 같은 성공적인 유튜브 콘텐츠를 생산해내며 좋은 효과를 보았습니다.
KB국민카드는 전사적 혁신과제를 수행할 상설 조직인 ‘애자일’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외에도 신한금융투자, HDC산업개발 등 사업분야를 불문하고 애자일 방식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음이 확인됩니다.
애자일 조직을 꾸릴 때 주의할 점
결과를 희생하는 과정은 오히려 독! 한 치 앞을 예상하는 것조차 벅찬 경영 환경에서 애자일 조직은 매우 이상적인 형태로 보입니다. 그러나 어설픈 시도는 원래의 취지를 역행하는 결과만 초래한다는 것을 애자일로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일반적인 경영 환경에 적용되는 애자일은 기업 문화 내지 목표로 하는 행동 양식에 가까운데요. 능동적인 대처를 중시해 과정에 집중하는 나머지 결과가 흐지부지 되거나 도출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실패한 애자일 방식이 됩니다.
즉, 애자일 조직의 멤버들은 유연하면서도 결속력이 높여 문제 상황을 금세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작은 조직이 또 다른 조직과 합쳐 유기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으려면 그만큼 당면한 프로젝트와 자신의 직무를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시작은 애자일 조직으로 굴러가지만 결론은 이전과 별다르지 않는 느낌으로 흘러가는 소위 ‘답정너’식 경영은 오히려 소속원들의 피로함만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